페이스북 운영사 메타가 눈독 들이던 퓨리오사AI, 지난해 상장해 공모가 대비 40% 가까이 오른 클로봇. 이들 기업은 네이버의 기업형 벤처캐피탈 D2SF가 초기 투자에 나선 곳이란 공통점이 있다. 출범 10년차를 맞은 D2SF는 지금까지 스타트업 115팀에 투자해 총 누적 가치를 5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D2SF는 13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양상환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투자사들이 기업의 성장 단계에서 투자하는 것과 다르게 D2SF는 시장을 만드는 첫 번째 기업에 투자해 왔다”며 “국내 창업 스타트업의 3년 생존율이 70%, 5년 생존율이 30~40%대인데 D2SF가 투자한 기업의 생존율은 96%에 달한다”고 말했다.
D2SF는 창업 전 단계인 학생창업팀 발굴·투자와 캠퍼스 기술창업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모션 캡처 스타트업 ‘무빈’이 대표적이다. D2SF는 예비창업단계에서 무빈을 발굴해 후속 투자까지 진행했다. 최별이 무빈 대표는 “학생 신분으로 사회에 나가서 창업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은데,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고 많은 게 쉬워졌다”며 “네이버 투자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시장에서 증명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D2SF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뿐 아니라 입주 공간과 클라우드 인프라 등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 성장을 돕고 있다. 네이버와 협업하다가 아예 네이버에 인수되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 ‘비닷두’는 2020년 네이버웹툰에 인수돼 네이버웹툰의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를 이끌었다. 비닷두처럼 D2SF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64%는 네이버와 시너지를 내고 있다. D2SF로부터 두 차례 투자를 유치한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는 “네이버쇼핑과 협력해 주7일 ‘네이버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며 당일 출고율 99.9%를 기록 중”이라며 “급증하는 물류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D2SF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마련하며 북미와 국내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D2SF에서 투자한 스타트업의 81%가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은 더 큰 시장과 더 큰 자본을 필요로 하고, 글로벌 고객이나 파트너 확보 등에도 어려움이 있는 만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