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 전쟁’ 필리핀 중간선거서 두테르테 세력 부활

입력 2025-05-13 18:56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다바오시 투표소로 걸어가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이 휠체어를 탄 어머니 이멜다 여사와 함께 일로코스노르테주의 한 교회를 찾은 모습. AFP, AP연합뉴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로 펼쳐진 12일(현지시간)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세력이 선전했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 잠정 집계 결과 가장 관심을 모은 상원 선거에서 마르코스 진영이 12석 중 6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예상된 9석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두테르테 측은 최소 4석에서 5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상원 24석 중 절반과 하원 317석 전체,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의원 등 총 1만8000여명을 선출한다.

두테르테 진영이 상원에서 선전함에 따라 두테르테 전 대통령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이 부결될 가능성이 생겼다. 2028년 대선의 유력 후보인 두테르테 부통령은 현 대통령에 대한 살해 음모, 사무실 예산 유용 의혹 등으로 하원에서 지난 2월 탄핵당했다. 오는 7월 상원에서 탄핵이 확정되면 부통령직에서 해임되고 공직 출마 자격이 박탈된다. 하지만 그가 상원에서 탄핵 반대표 9석 이상을 확보하면 탄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원 선거에선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양대 진영 모두에 비판적인 야당 후보 2명(밤 아키노, 프랜시스 팡길리난)의 당선도 확실시된다. 필리핀의 정당 간 노선 차이가 명확하지 않고 이합집산이 극심한 점을 고려하면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투표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닐라 드라샐대학의 앤서니 로런스 보르자 부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마르코스의 지지율 하락, 두테르테 브랜드의 부활, 그리고 전통적인 진보 야당의 고위급 정치권 복귀를 반영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C) 감옥에 수감된 상태에서 다바오시 시장에 선출됐다. 그의 막내아들로 현직 다바오시장인 세바스찬은 부시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테르테의 장남 파올로도 하원의원으로 재선됐다.

2016~2022년 대통령을 지낸 두테르테는 이전 다바오시장 시절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 집계 약 6200명, 인권단체 추정 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수감 중인 아버지가 시장 선서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변호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시장으로 선출된 세바스찬이 아버지를 대신해 시장 권한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