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하 합의로 당초 우려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가 올 하반기 시행될 가능성이 열렸다”면서도 “미국발(發) 무역 질서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가라앉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세계 경제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간 무역 합의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얼마나 구체성을 담보하며 실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던 미국의 관세전쟁이 다소 주춤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통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대중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도 대미 보복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합의하며 ‘관세 정상화’를 시사했다.
KIEP는 이런 상황과 별개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기존 3.0%(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낮아진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대 이후 닷컴 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등 경제 위기 국면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전일 미·중 간 관세율 인하는 반영하지 않은 전망”이라며 “인하 폭이 예상보다 크긴 했지만 성장률 전망을 크게 바꿀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관세는 여전히 과거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과 투자 감소 영향 등이 향후 시차를 두고 지표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까지는 성장률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KIEP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기존 2.1%에서 1.3%로 0.8%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 실장은 “적극적인 관세 정책에도 오히려 상반기에 무역적자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기존 1.3%에서 0.8%, 일본도 1.0%에서 0.6%로 성장세가 더 둔화될 것으로 봤다. 중국에 대해선 “대미 관세 여파와 경기 부양 조치가 서로 상쇄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4.1%)를 유지했다.
KIEP는 향후 미국의 관세율 인하에 따라 성장률 변동 폭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미국이 강하게 부과한 관세가 점차 정상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본 관세(10%)를 제외한 나머지 관세는 협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