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합의에 안도하기보다 경제 체질 개선 서둘러야

입력 2025-05-14 01:20
국민일보DB

미국과 중국이 관세 유예에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다소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국이자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극한 갈등은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을 촉발시키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큰 악재였다.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목표가 중국 견제란 점에서 양국의 상호 관세 111% 포인트 하향 조정은 미국과 협상을 앞둔 우리에게도 긍정적이다. 다만 미·중 합의를 호재로만 여기기엔 현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달 1~1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23.8% 급감했다. 대미 수출은 30%, 대중 수출도 20%가량 쪼그라들었다. 연휴 영향이 없잖으나 하루 평균 수출로 봐도 -1.0%였다.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문제는 관세 영향이 미미한 1분기 실적도 경쟁국과 비교해 크게 부진했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 분석 결과, 1분기 10대 대미 수출국 중 수출액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1.3%)이 유일했다. 수출 구조가 유사한 독일(7.6%), 일본(2.3%), 대만(48.8%)과도 큰 격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5%로,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19개국 중 가장 낮았다. 미국 관세 정책 여파를 떠나 올들어 우리 경제 경쟁력 자체가 추락한 것이다.

당장은 정부가 미·중, 앞서 타결된 미국과 영국 간 협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국익을 챙기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앞선 사례들을 보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방산·에너지 협력에 있어서의 시너지 효과와 중국 대체 제조업 역량을 인식시킬 경우 의외로 협상이 쉽게 풀릴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급한 경제체질 개선이다. 대미 협상이 잘 끝난다 한들 반도체, 자동차 등 특정 분야에 치우친 경제 구조를 놔둔다면 경쟁력 제고는 쉽지 않다. 수출 다변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대외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도 속히 세워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서둘러 풀고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게 새 정부의 첫 걸음이란 점을 대선 후보들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