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스온 ‘제2의 페루’ 베트남서 자원개발 신화 잇는다

입력 2025-05-14 00:23
베트남 호찌민시 남동부 해상에 위치한 15-1/05 광구 전경. SK어스온이 탐사·개발 과정에 설치한 시추 설비인 리그(Rig) ‘HAKURYU-11’이 해상에 서 있다. SK어스온은 내년 하반기 상업 생산을 시작하기에 앞서 베트남 붕따우시에서 건조 중인 원유 생산 플랫폼(왼쪽 사진)을 15-1/05 광구에 설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 12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남동쪽으로 70㎞ 떨어진 붕따우시에 위치한 PTSC M&C 야드 내 원유 생산 플랫폼 제작 현장. 35도가 넘는 땡볕 아래 원유를 생산하는 플랫폼의 하부 구조물 ‘자킷’과 원유를 해상에서 처리하는 시설인 ‘탑사이드’를 만드느라 현지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은 내년 10~11월부터 15-1/05 광구 ‘락다방’(황금낙타) 구조에서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하기에 앞서 베트남 플랫폼 제작 파트너 PTSC와 주요 시설을 건조 중이다. 총 중량 8000t의 거대한 생산 플랫폼은 수심 100m 바닷속에 플랫폼을 고정하는 높이 60m짜리 하단 지지대 자킷과 원유 처리 및 시추를 담당하는 상단의 탑사이드로 이뤄졌다. 자킷은 오는 7월, 탑사이드는 내년 8월 건조를 마칠 예정이다.

베트남 15-1/05 광구의 운영권자인 미국 머피사의 이안 던컨 황금낙타 건설 현장 책임자는 “오는 10월 자킷을 바다에 설치하고 시추기를 접안해 11월부터 시추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자킷 위에 탑사이드를 얹은 뒤 10~11월쯤 황금낙타 구조에서 원유를 처음으로 뽑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어스온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계열은 지난 1983년 자원개발 사업에 처음 진출해 현재 세계 8개국 11개 광구, 3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 가운데 베트남에서 탐사·개발·생산 중인 광구는 4개다. 특히 원유와 가스를 포함해 약 44억 배럴의 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동남아시아 최대 산유국 베트남에서도 자원 매장량이 가장 많은 지역인 쿨롱 분지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연이어 원유 ‘잭팟’을 터트리고 있다. 최정원 SK어스온 호찌민지사장은 “보통 탐사정을 시추해 최종 생산 단계까지 가는 성공률을 약 10%로 보는데, 베트남에서는 2023년부터 탐사정 3곳을 뚫어 계속 성공하고 있다.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노정용 SK어스온 동남아 사업담당은 “SK어스온의 베트남 자원개발 사업은 15-1 광구의 안정적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3개 광구 생산까지 더해진다면 SK그룹 자원개발 신화를 쓴 페루를 잇는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SK어스온 베트남 광구마다 유층을 쏙쏙 찾아낸 효자 시추기 ‘하쿠류(HAKURYU)-11’도 볼 수 있었다. 안형진 SK어스온 호찌민지사 PM은 “시추 설비(리그·Rig) 하쿠류-11은 지난 2013년 건조한 시추기로 SK그룹 자원개발 사업 성공 역사에 의미가 크다”며 “지난 4월 락다홍(붉은낙타) 구조에서 원유를 발견하고 돌아와 현재 정비 작업 중인데 다음 달 10일에는 16-2 광구의 2번째 탐사정 하마홍(붉은하마) 구조에서 시추를 하러 다시 바다로 출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6-2 광구는 SK어스온이 베트남에서 투자자가 아닌 운영권자로 직접 참여 중인 첫 광구다.

SK어스온은 향후 10년 내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전역에서 페루 일생산량(4만4000배럴) 수준의 원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생산·개발 광구와 인접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투입 비용 대비 원유·가스 생산 가능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우는 자원개발 클러스터링(핵심지역 집중화) 전략을 베트남을 필두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붕따우=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