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사망 ‘강릉 급발진’ 운전자 패소… “가속페달 밟았을 가능성”

입력 2025-05-13 19:04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1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에서 2022년 12월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제조사 측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재판장 박상준)는 13일 이 사고로 숨진 이도현(당시 12세)군의 가족이 KG모빌리티(KGM·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9억2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했으며, 급가속 시 자동 긴급제동 보조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이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가족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가 ECU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판결 선고가 끝난 뒤 이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즉각 항소 뜻을 밝혔다. 이씨는 “최선을 다해 입증 책임을 다해온 결과들이 단 한 가지도 인용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재판 결과에 굴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KGM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판결문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원고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71·여)는 손자인 이군을 태우고 티볼리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해 이군을 잃었다.

이군 가족은 사고가 급발진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차량 제조사인 KGM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2년6개월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사고기록장치(EDR) 감정, 블랙박스 영상 음향분석 감정, 국내 최초의 사고 현장 도로주행 재연 시험, 차량 ECU 전문가의 법정 증언 등이 이어졌다.

가족 측은 “약 30초 동안 지속된 이 사건 급발진 과정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건 불가능하다”며 “ECU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전형적인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KGM 측은 ‘풀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한 EDR 기록과 국과수 분석 등을 근거로 페달 오조작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기계적 결함은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이용상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