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작부터 고개 든 네거티브 공방… 또 진흙탕 빠질 순 없다

입력 2025-05-14 01:30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신속대응단장 강득구 의원 등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망언집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더불어민주당은 ‘김문수 망언집’을 발표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이 작성한 42쪽 문건은 국민의힘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을 모아 망언이라 규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 3월 내놨던 ‘이재명 망언록’ 내용을 거론하며 민주당 이 후보의 옛 발언을 무기 삼아 반격했다. 선거운동 시작부터 두 정당이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자칫 지난 대선처럼 흑색선전·인신공격·비방전의 진흙탕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대선은 상대 후보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경쟁적으로 퍼뜨린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였고, 그 후유증을 우리는 고통스럽게 경험했다. 극한 대결의 혐오 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극단적 대결 정치로 이어져 결국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렀다. 그래서 열리는 조기 대선인데, 다시 네거티브 공방전이 펼쳐진다면 정치의 복원은 기약할 수 없다. 후보들이 캠프에 확고한 지침을 내려 네거티브 선거전의 유혹을 차단해야 한다.

3년 전과 같은 진흙탕 선거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탄핵 과정에서 벌어진 극심한 진영 대립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데다, 이재명 후보는 ‘내란 종식’, 김문수 후보는 ‘반(反)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워 첨예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더욱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까지 주요 후보 모두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크게 웃돌아 ‘누가 더 싫은지’ 가려내는 무대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정치의 실종을 부른 지난 대선의 후폭풍을 유권자는 뼈저리게 절감했다. 네거티브 전략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상황임을 각 선거캠프는 유념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지난 대선과 달리 주요 후보 가운데 새 얼굴이 없다는 특징을 가졌다. 오래전부터 정치를 해온 터라 유권자가 후보들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 네거티브 행태를 ‘후보 검증’으로 포장할 명분이 그만큼 약한 상황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꺼낸다면 말 그대로 흑색선전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강해질 그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을 후보들이 중요한 전략으로 삼기 바란다.

대선이 3년 만에 열리는 까닭을 곱씹어야 할 때다. 그간의 갈등과 대립이 정권의 몰락을 낳아 치르는 이 선거에서 유권자는 갈등을 치유하고, 대립을 해소할 통합의 리더십을 찾고 있다. 거꾸로 분열을 조장하는 네거티브 선거 행태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길이다. 통합을 외치며 정책과 비전을 경쟁하는 선거를 후보들이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