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전한 교권 침해… 결국 피해는 학생·학부모에 돌아간다

입력 2025-05-14 01:10
연합뉴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2023년)’ 이후 교권 침해 사례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침해 정도가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딥페이크 등 성폭력 피해를 본 교사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 변한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 회의는 총 4234건이 열렸다. 2023학년도 5050건보다는 줄었지만 2022학년도 3035건보다는 늘었다. 문제는 상해·폭행이 503건에서 518건, 성폭력 범죄가 125건에서 157건으로 증가하는 등 강력 범죄 유형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한 고교에서는 남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여교사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학생·학부모에게 물리적 폭행을 당하는 교사가 하루 평균 1.4명꼴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학교 현장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퇴직한 10년 차 미만 초·중·고 교사는 576명으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교원도 24%였다. 교직 이탈 원인으로는 교권 침해(40.9%)가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교대 인기는 예전만 못한 실정이다.

교권 침해 심화, 교사 이탈 가속화, 교대 인기 추락 등으로 악순환이 이어지면 결국 피해는 교육 수요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공교육 경쟁력 저하도 불을 보듯 뻔하다. 교사의 권위가 회복되고, 교육 활동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건강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 갈 때, 학교 현장은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