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은 아기자기한 한옥과 구불거리는 골목을 가득 채운 외국인 관광객들로 활기찼다. 그런 북촌의 한복판에 빨간 카우보이모자가 등장했다. 빨간색 상의까지 차려입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모자에 새겨진 ‘i’ 글자는 역할을 짐작게 한다. 이들은 서울시관광협회에서 운영하는 ‘움직이는 안내소’이자 움직이는 관광통역안내사인 박민진 수석팀장과 문하늘 부팀장이다. 경력 13년의 베테랑인 박 수석팀장은 처음엔 일본어 안내를 맡았지만, 지금은 어깨너머로 배운 중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예전엔 움직이는 안내소라는 건 아예 없었어요.” ‘움직이는 안내소’는 지난 2009년 명동에서 7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고속버스터미널, 남대문, 동대문, 북촌 등의 9곳에서 85명의 안내원이 활동하고 있다. 설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다. ‘움직이는 안내소’는 지난해 기준으로 관광객 190만명가량을 안내하는 성과도 거뒀다. 날씨가 좋을 때 하루에 500명 넘는 관광객을 응대하기도 한다. 날씨가 궂어도 ‘움직이는 안내소’는 운영된다. 단순한 길 찾기부터 교통, 맛집, 심지어 약국 위치까지 관광객에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든 알려준다.
박 수석팀장에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배탈 때문에 약국에서 약을 샀는데 설명을 못 알아듣더라고요. 휴대전화로 성분을 일일이 찾아서 설명해줬어요. 정말 고맙다고 눈물까지 글썽이시더라고요.”
관광객들은 ‘움직이는 안내소’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응은 뜨겁다. “천사 같아요(You’re like an angel).”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들을 ‘레드 엔젤(Red Angel)’이라고 부른다.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나타나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선 더 많은 ‘움직이는 안내소’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석다래 서울시관광협회 관광서비스팀 과장은 “움직이는 안내소는 외국인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는 접점이다.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관광 수요에 맞는 운영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늘도 서울의 얼굴이자 길잡이로 거리를 누비고 있다.
글·사진=윤웅 기자 yoony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