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장 ‘양날의 검’ AI… 동영상 이력서 서비스·면접 부정행위 돕기도

입력 2025-05-14 00:11
부정행위를 돕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클루엘리의 창업자 로이 리 클루엘리(왼쪽 아래 남성)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공개한 크루엘리 광고 영상. AI의 도움을 받아 여성에게 거짓말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X 캡처

인공지능(AI)이 취업 시장에서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이나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골라주는 AI가 있는가 하면, 비대면 면접에서 부정행위를 도와주는 AI까지 등장했다. 부정행위에 AI가 이용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동영상 AI 취업 플랫폼 ‘드래프트드’와 부정행위를 돕는 AI 스타트업인 ‘크루엘리’가 미국 취업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드래프트드는 동영상 이력서로 취업준비생과 기업을 연결하는 채용 플랫폼이다. 이력서를 동영상으로 변환시켜주는 게 큰 특징이다. AI와 동영상 이력서를 바탕으로 기업과 지원자를 매칭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드래프트드는 3500여개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포천 500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의 규모와 분야가 다양하다. 미국 마이애미대, 시카고대, 조지타운대 등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해서 인턴십과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을 AI로 연결해준다.

구직자는 드래프트드 플랫폼에 접속해 이름과 학교, 학위 등을 입력하면 동영상 이력서 제작을 할 수 있다. 지원자의 핵심 역량, 개인 강점과 직무 관련 경험,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등 약 1분30초 정도 길이의 동영상을 만든다. 고용주는 AI가 필터링한 동영상 이력서로 특정 학교나 기술 보유자 등 적합한 후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코즐로프스키 드래프트드 최고경영자(CEO)는 “구직자에겐 평생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구인 기업에는 추후 사용량에 따라 구독모델 요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I로 부정행위를 돕는 스타트업은 골칫거리로 여겨지면서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스타트업 크루엘리가 최근 530만 달러(약 76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크루엘리는 시험이나 면접 등 다양한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사용자는 면접관이나 시험감독자는 볼 수 없는 브라우저 내 창을 통해 질문에 대한 실시간 답변이나 요약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광고 영상에서는 자사의 서비스를 소개팅 자리에서 사용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여성이 질문한 것에 대해 AI를 사용하는 남성이 최적의 답변을 찾아 그대로 말하는 식이다. 창업자인 로이 리는 실제로 이 AI로 아마존 면접에 응시했고, 합격했다는 사실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