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하게 될 ‘40호 신약’의 후보군이 좁혀졌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와 큐로셀의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안발셀(제품명 림카토주)’이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신약이라는 점에서, 안발셀은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최초의 국산 CAR-T 치료제라는 점에서 신약 허가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40호 신약 후보군은 이르면 올 상반기 또는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동아에스티를 통해 지난 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국내 의약품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갖춘 동아에스티는 SK바이오팜으로부터 세노바메이트의 완제의약품(DP)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30개국 허가, 판매 및 의약품 생산을 담당한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로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미국 시장에서 자체 개발·임상·판매까지 단독으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지난 2월 기준 총 누적 처방 환자 수는 14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다국가 임상 결과 세노바메이트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발작 빈도 감소율 55%, 완전발작소실율 28%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중·일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도 유의미한 개선 성과를 냈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 우선 집중하면서 국내 진출은 다소 늦어졌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세노바메이트의 신속한 허가 및 급여 등재를 위해 보건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하루빨리 세노바메이트의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약 후보군인 안발셀은 혈액암의 일종인 재발·불응성 거대B세포 림프종(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CAR-T 치료제는 탁월한 항암 효과를 내지만 환자 치료비가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의약품이다. 안발셀은 국내 시판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와 유사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체약으로 자리 잡는다는 전략이다. 개발사인 큐로셀은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식약처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300일 이상 소요되던 일정을 단축하게 됐다. 회사 측은 올해 상반기 품목허가 획득과 하반기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또 다른 40호 신약 후보로 꼽혔던 ‘티굴릭소스타트’의 개발사 LG화학은 통풍 치료 목적으로 개발 중이던 후보 물질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했다. 경제성 측면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서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커지면서 신약이 탄생하는 주기도 단축되는 추세다. 2022년 국산 36호 신약인 대웅제약의 ‘엔블로정’ 이후 신약 허가가 주춤했지만, 지난해 두 건의 신약이 탄생한 데 이어 올해도 39호 신약이 나왔다. 지난달 GC녹십자는 생물테러 등 국가위기 상황 대비를 위해 질병관리청과 공동 개발한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의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도출과 임상, 허가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성공 확률도 5% 미만에 불과할 만큼 리스크가 큰 분야”라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성과를 인정받고 다시 국내 허가를 추진하는 역진출 모델이나 고비용 치료제의 국산화 사례가 늘어나는 흐름은 향후 산업 경쟁력에도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