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보호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자립준비청년 3명 중 1명은 자살 등 생을 마감할 생각을 해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립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감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도 보호체계에 있는 아동보다 현저히 낮았다. 전문가들은 보호가 종료된 뒤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경제·교육·심리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2일 아동권리보장원이 자립준비청년 4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립준비청년의 이용 서비스 만족도와 정책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5.3점에 그쳤다. 아동양육시설(7점), 공동생활가정(7.3점), 가정위탁(6.9점) 보호아동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시설 형태와 관계없이 국가의 보호 속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느끼던 아동이 청년으로서 홀로 사회에 나서며 급격한 삶의 질 저하를 겪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3 자립준비청년 패널조사’를 바탕으로 자립준비청년의 심리·정서적 특징을 분석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원가정이 아닌 국가 보호체계(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가정위탁 등)에서 성장하다가 18세 이후(연장 시 만 24세) 보호가 종료된 청년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시설·가정위탁에서 보호가 종료된 청년의 누적 인원은 9970명이다. 매년 약 20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나온 셈이다.
시설에서 만기·중도 퇴소한 청년의 경우 삶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 1위로 ‘필요한 돈의 부족’(21.5%)을 꼽았다. 다음으로 ‘거주할 집 문제’(16%) ‘돈 관리 지식 부족’(13.3%) 순이었다.
심리적 문제를 겪는 자립준비청년도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35.1%는 ‘어떻게 자살할지 생각해봤다’ 등 죽음과 관련한 6개 문항에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 역시 ‘필요한 돈의 부족’(18.4%) ‘거주할 집 문제’(17.7%) 등으로 조사됐다. 그 밖에도 ‘외로움·심리적 부담’(9.5%) ‘긴급한 도움을 청할 곳이 부족해서’(8.9%) 등의 이유가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장희선 아동권리정책본부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이들이 경제적 문제 외에도 사회적 편견이나 주변 지지 기반 부족, 정보·기술 부족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노출돼 있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일자리가 시급한 청년이 있고 재정·심리적으로 종합적인 위기에 놓인 청년도 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양하므로 맞춤형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