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출동했던 수도방위사령부 대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체포조 운용 등 지시를 부인하는 윤 전 대통령 측 기자회견을 보고 배신감을 느껴 진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상배 전 수방사령관 부관(대위)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3차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오 대위는 계엄 당일 국회 앞에 출동해 이 전 사령관과 같은 차량에서 대기했던 인물이다. 그는 수화기 너머로 들은 이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의 네 차례 통화 내용과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오 대위는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어떻게 기억에 남게 됐느냐는 검찰 질문에 “총을 허공에 ‘팡팡’ 쏴서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을 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이 연상됐다”며 “이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대위는 계엄해제안 의결 후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까 계속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이 두 번째 통화 이후는 내용을 잘 기억 못 한다고 해서 내용을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오 대위 주장이 이 전 사령관 진술과 맞지 않는다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이 “3성 장군인 이 전 사령관이 (통화 내용을) 긴장과 압박으로 기억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자 오 대위는 “군인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호인은 스피커폰 통화가 아니었는데 직접 통화한 이 전 사령관보다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위는 “(당시) 중위가 대통령 통화를 듣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이 (대통령 전화를) 잘 듣기 위해 소리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오 대위는 지난해 12월 18일 군검찰 1차 조사 때는 진술하지 않았다가 20일 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는 12월 19일 “체포의 ‘체’자도 얘기한 적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의 기자회견 뉴스를 본 뒤 진술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종의 배신감 같은 걸 느꼈다”며 “대통령이 군인은 아니지만 ‘부하를 버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까지 기일을 잡았던 재판부는 추가 기일 9개를 제시하며 “올해 안에 심리를 종결하려면 기일을 이 정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지상 출입구를 통해 법원에 출석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출석에 이어 귀갓길에도 침묵을 유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도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후 휴정시간 변호인에게 “말이 안 되잖아, 말이”라며 오 대위 증언에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