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수치료·영양제 등 과잉 치료로 의심되는 항목의 보험금이 전년에 이어 대폭 증가하며 전체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약 1조1000억원 늘었다. 보험료 인상 효과로 실손보험의 적자 규모와 손해율이 모두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2024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은 15조2000억원으로, 전년(14조813억원) 대비 8.1% 증가했다. 특히 실손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영양제와 도수치료 등이 전체 보험금의 35.8%를 차지했다. 비급여 주사제는 2조8000억원, 근골격계질환이 2조6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8%, 14.0% 상승했다.
비급여를 중심으로 보험금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실손보험의 적자는 1조6226억원으로 개선됐다. 전년 1조9747억원 적자에서 적자 폭이 17.8%(3521억원) 감소했다. 경과손해율도 99.3%로 전년 103.4% 대비 4.1% 포인트 개선됐다. 경과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보험료수익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이익률이 높다는 의미다. 통상 85%일 때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적자 개선은 실손보험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서가 아닌 보험료 인상의 결과다. 1~3세대의 보험료가 인상되고 4세대의 보험료 할인이 종료되면서 보험료 수익이 16조33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1조8935억원) 증가했다.
세대별로는 자기부담금이 낮은 1·2세대에서 비급여 보험금 지급이 크게 높았다. 1세대 실손의 계약 1건당 평균 지급 비급여보험금은 40만원인 반면 4세대는 13만6000원에 그쳤다. 1세대는 통원 시 자기 부담액이 최대 1만원이지만 4세대는 최대 전체 치료비의 30%까지 부담하게 된다.
금감원은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을 만들기 위해 보험료를 낮추면서 중증 중심 보장으로 개편하는 실손보험 개혁안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40대 남성 기준 2세대의 평균 보험료는 4만원, 4세대는 1만5000원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