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틀간 무역 협상을 벌인 끝에 상대에 부과된 관세를 각각 115% 포인트 인하하고 90일간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최종 세율은 추가 협상을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양국의 관세전쟁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의 우려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제네바에서 진행된 무역 협상이 끝난 뒤 1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예 기간 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125%에서 10%로 낮춘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한다. 다만 미국은 중국에 마약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부과한 20% 관세를 유지키로 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기존 145%에서 30%가 된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보복성 비관세 조치도 대부분 중단키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합의 발표 뒤 열린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제네바에서 생산적인 합의 끝에 중국과 합의를 했다”며 “이번 주말 아마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이미 부과된 (품목)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가장 큰 사안은 중국 (시장) 개방이며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경쟁할 수 있다면 환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미·중 양국은 “경제·무역 관계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한 메커니즘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추가 회담은 미국과 중국에서 진행될 수도 있고 제3국에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협상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어느 쪽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 대표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도 “회담은 솔직하고 심도 있고 건설적이었다.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기대 이상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웨이 장 홍콩 핀포인트에셋매지니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관세가 50% 정도로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훨씬 낮아진 수치고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미·중 관세 인하 소식에 뉴욕증시가 이날 급등세로 출발했고,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완화되면서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김이현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