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들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내년 한국의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재성장률)을 1%대로 낮춰 잡았다. 주요국 중 한국의 잠재성장률 낙폭이 상대적으로 가파른 모습이다.
12일 OECD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 잠재성장률은 1.98%로 전망됐다. 올해 전망치(2.02%)보다 0.04% 포인트 낮아져 2%선이 무너졌다. 잠재 성장률은 한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폭은 높은 수준이다. 2017~2026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3.00%에서 1.98%로 1.02% 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잠재성장률이 공개된 37개국 중 7번째로 큰 낙폭이다. 같은 기간 OECD 평균도 1.99%에서 1.80%로 하락하는 데 그쳤다.
국가별로 보면 같은 기간 미국(2.32%→2.26%) 독일(1.40%→0.49%) 등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 반면 프랑스(0.92%→1.04%) 스페인(1.03%→1.74%) 등은 상승했다. 한국보다 잠재성장률 낙폭이 큰 국가는 튀르키예 체코 에스토니아 등이었다.
앞서 국내 주요 기관들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줄줄이 1%대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한국의 2025∼2030년 평균 잠재성장률을 1.5%로 전망하며 기존 전망치(2023∼2027년 2.0%) 대비 0.5% 포인트 낮췄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2023년(2.1%)과 지난해(2.0%) 전망치보다 내린 1.9%로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을 구조개혁 지체, 고령화 등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혁신 부족, 자원 배분 비효율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이 가운데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노동·자본 투입 기여도까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존 산업 먹거리는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고 신산업 지원 속도 역시 다른 국가에 밀리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내려오기 전에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