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키운 정용진… 이마트 8년 만에 최대 실적

입력 2025-05-13 02:05
게티이미지뱅크

이마트가 8년 만에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깊은 침체에 빠진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을 3.4배 늘리는 드라마틱한 성적표를 내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1년 만의 성과로 경영 리더십의 중요성이 확인됐다. 정 회장이 ‘본업 경쟁력’을 앞세워 강도 높은 혁신과 쇄신을 꾀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는 1분기 순매출이 7조2189억원, 영업이익은 1593억원이라고 12일 공시했다(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0.2%, 영업이익은 238.2% 증가했다. 이마트가 1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할인점’ 실적이다. 유통의 중심이 이커머스로 옮겨 가며 할인점(대형마트)은 오랜 부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이마트의 할인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7% 오른 778억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장세다. 할인점을 찾은 소비자 수도 2% 이상 늘었다. 트레이더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6.9% 증가한 423억원이었다.

정 회장이 강조한 ‘본업 경쟁력 강화’가 결국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업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마트는 상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잡는 데 힘썼다. 비용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재투자했다. 주요 생필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한 ‘가격파격 선언’, 지난 1월부터 진행한 ‘고래잇 페스타’가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외형 성장을 위해 투자를 이어간 것도 주효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으로 승진한 후 사업 전반을 훑어보면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출점하고, 계열사의 외형 성장에 주력했다. 수익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은 것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 절감을 이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의 경영 방식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 회장은 실무진과 소통 범위를 넓히고, 성과 중심의 ‘수시 인사’를 진행해 왔다. 중심을 잡은 경영 리더십이 쇄신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회사들도 실적 개선 흐름에 동참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멤버십 강화와 프리미엄 매장 확대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신세계푸드는 원가 절감과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이 향상했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연계 매장 확대와 점포 효율화 전략으로 3개 분기 연속 실적이 개선됐다.

이마트는 2023년 법인 설립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업황이 악화한 데다가 신세계건설의 연간 영업손실 누적액이 1000억원을 넘어가면서 이마트의 발목을 잡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종이 사양산업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마트가 상당히 선방했다”며 “정 회장이 본업에 집중한 결과가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