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빛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외쳤던 광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나라, 희망과 열정이 넘치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출정식 이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와 화성시 동탄, 대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K-이니셔티브 벨트’를 돌며 미래 먹거리를 챙기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 후보는 출정식에서 “(6·3 대선은) 국민 통합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우뚝 설지, 파괴적 역주행으로 세계의 변방으로 추락할지가 결정되는 역사적 분수령”이라며 “더 이상 과거에 사로잡혀서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하고 갈등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방탄복을 입고 연단에 선 이 후보는 “불평등과 양극화, 거기에 더해진 내란은 우리 사회를 극단의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어서 대선 후보가 방탄복을 입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주권자들께서 저 이재명을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 국민 행복을 증명할 유용한 도구로, 충직한 일꾼으로 선택해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연설에 앞서 정장 상의는 선거운동복으로, 구두는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파란색 운동복에 적힌 기호 ‘1번’ 하단에는 빨간색 삼각형 문양이 들어갔다. 운동화 역시 파랑과 빨강이 혼합된 형태였다. 민주당의 파란색과 보수정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으려 한 것이다.
이 후보는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IT 개발자들과 도시락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어 반도체 기업이 몰려 있는 동탄에서 집중 유세를 벌였다. 미래 산업 현장을 찾아 성장 담론에 힘을 싣는 모습을 부각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부터 선거 동력을 모아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동탄 유세 현장에서 자필 서명과 함께 ‘세계 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적은 반도체 웨이퍼(원판)를 들고 기념촬영한 뒤 “성남시를 바꿨고, 경기도를 바꿨고, 민주당을 바꿨으니 이제 대한민국을 바꿀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동탄(경기 화성을)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를 모두 물리치며 이변을 일으킨 지역이기도 하다. 세대교체를 내세우고 있는 이준석 후보를 초반부터 견제하고자 하는 의중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대전을 방문한 이 후보는 자신을 “충청의 사위”라고 소개하며 “남들은 처갓집에 고속도로 놔 주는 모양인데 저는 대한민국 행정수도 과학기술중심도시를 선물로 드리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대전과 충청은 대한민국의 물리적 중심일 뿐 아니라 정치적 중심”이라며 “대전과 충청이 선택해야 대통령이 되고 집권세력이 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K혁신, K반도체, K과학기술로 새로운 희망의 내일을 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이 후보와) 정책이 지나치게 좌경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성남·화성·대전=김승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