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올 1분기 유·무선 가입자 증가와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발생한 해킹 사고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진 2분기 실적은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분기 매출 4조4537억원, 영업이익 5674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3.8% 증가했다.
1분기에는 5G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증가했고, 마케팅 비용은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각각 11.1%, 27.2% 성장한 AI 데이터센터(1020억원)와 AI 전환(452억원) 사업은 지난해 진행된 자회사 매각의 영향을 일부 상쇄했다.
2분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해킹 사고로 인한 불안감과 사후 대처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이어지고 있는 가입자 이탈이 뼈아프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발생이 보도된 지난달 22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SK텔레콤 가입자 30만1342명이 KT·LG유플러스로 이동했다. 이탈자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일 평균 1만5000명을 넘는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5월 일 평균 1만5000명, 6월 5000명씩 가입자가 이탈할 경우 SK텔레콤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액이 1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2400만명 중 1000만명이 유심을 교체할 경우 400억원의 일회성 비용도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대리점 신규가입 재개를 위해 이달 중순 이후 정부와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 신뢰 확보와 락인(가입자 이탈 방지)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전체 매출의 3%까지 부과 가능한 과징금의 수위 역시 변수다.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고학수 위원장은 지난 8일 “SK텔레콤 과징금이 LG유플러스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3년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6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SK텔레콤이 지난해 매출의 3%인 5300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액수를 과징금으로 부과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이날 해외 로밍 이용자들이 별도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오는 14일까지 유심보호서비스에 자동 가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12일부터 SK텔레콤 가입자들은 해외 로밍 사용 중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