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친환경 기조 트럼프 집권에도 GO”… 탄소 다배출 업계 CCU 투자 잰걸음

입력 2025-05-13 01: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친환경 기조 속에서도 탄소 다배출 업종 기업들은 탄소 포집·활용(CCU) 관련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사회 공통의 지향점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수출 기업으로서 너무 큰 리스크기 때문이다. CCU는 대기 중에 있거나 공정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자원화하거나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와 LG화학은 철강산업 CCU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초대형(메가) CCU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키로 했다. 두 회사는 철강·화학 산업을 연계한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제철소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합성가스(일산화탄소+수소)를 만들고, 이 합성가스를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화학 제품의 원료로 판매하거나 제철 공정으로 다시 투입한다. 이산화탄소를 합성가스로 만들 때 LG화학의 메탄건식개질(DRM) 기술을 적용한다.

현대제철도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롯데케미칼은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CCU 설비의 실증을 완료하고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정유 업계는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탈황석고를 활용해 시멘트, 콘크리트, 경량블록 등 건축소재로 만드는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철강·화학·정유 업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CCU 등 탄소 감축 기술의 도입이 필수다. CCU 기술을 활용하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기에도 CCU를 포함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산업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치적 우군인 미국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관련 기술 및 인프라 확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 저감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는 세계 CCU 시장 규모가 올해 26억 달러에서 연평균 6.12% 성장해 2035년이면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석붕 글로벌CCUS학회 이사는 “트럼프 2기의 친화석연료 정책과 시장의 지속가능성(친환경)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기업 입장에서 CCUS를 포기함으로써 국제규범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