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후 모든 난민 수용을 거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들에게는 난민 지위는 물론 입국을 위한 전세기까지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아프리카너(Afrikaner) 49
명을 태운 미국 정부의 전세기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너는 17세기부터 남아공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백인들로, 20세기 초반 보어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흑인을 학살하는가 하면 1990년까지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 정책)를 폈던 백인 정권의 주된 지지층이었다. 이들은 “남아공에서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 횡행해 일자리를 잃고 흑인들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며 미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 3월까지 신청자가 8000명이 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의 토지수용법 때문에 농지마저 무상 수용될 위기에 내몰렸다”는 이들의 주장에 동조해 남아공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가 하면 원조 중단 등 적대적 정책을 펴 왔다.
NYT는 “일반적인 경우 몇 년이 걸릴 정도로 까다로운 미국 정부의 난민 인정 절차가 아프리카너들에겐 간소화돼 3 개월 만에 첫 미국행이 성사됐다”며 “한때 최악의 인종차별 집단이었던 아프리카너들에게 미국 난민 지위가 부여된 일 자체가 미국 정체성을 조롱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전에 의한 학살 공포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의 흑인들에겐 난민 지위를 부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현 행정부의 난민 정책은 이중잣대이자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직격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