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시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떠올리게 한다. 두 막장극은 방법이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권력을 놓칠 것 같은 조바심이 동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후보 교체가 당원들의 반대로 무위로 돌아간 것도, 국회의 해제 결의로 무산된 12·3 비상계엄의 결말과 비슷했다. 윤 전 대통령이 주도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비난받을 수는 있다. 단일화 약속을 믿고 김 후보를 지지한 의원들이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권력을 내줄 것 같은 위기감이 증폭된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 지도부가 임의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줄 탄핵과 입법 폭주가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후보 교체 과정은 파격이었다.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새로운 후보의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가 새벽 2시에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떴다. 신청 기간은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불과 한 시간. 제출서류는 32개. 세금납부증명, 전과기록증명, 3장 이내의 자기소개서 등 미리 발급받았거나 사전에 작성하지 않았다면 제출할 수 없는 서류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의힘은 마감 시간이 지난 지 40분 만에 한 후보를 새로운 대선 후보로 공고했다. 당원들이 투표로 부결시키지 않았다면 정당사에 있을 수 없는 후보 교체 폭거였다.
당내 경선 후보들은 일제히 윤 전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침묵을 지키던 윤 전 대통령은 장문의 메시지를 내고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일종의 알리바이였다. 자신은 후보 교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희대의 대선 후보 교체 해프닝으로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은 윤 전 대통령이 될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