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논란으로 대법원장 등 사법부에 대한 국회 청문회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상고심 판결을 놓고 대법원장을 국회에 부르는 것은 헌정사 초유의 일이고, 개별 재판을 두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는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국회 청문회와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자칫 삼권분립 무력화 시도로 해석되거나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국회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는데 민주당은 대법원의 신속한 심리·선고가 사실상 대선에 개입한 것이라며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에서도 대법원 상고심 판결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 논의한다.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 등 사법부 독립 침해 문제도 함께 다룬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를 막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자칫 회의가 진영 논리에 따라 양분된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청문회와 유사한 국정감사·조사가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실마리를 제공한 게 잘못이라 주장하지만 이 후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법관들을 불러 맡았던 재판과 관련한 답을 듣겠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대법원이 증인으로 채택된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고 밝힌 것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대선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정치적 오해를 낳을 여지가 적지 않다. 국회 청문회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권을 침해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참석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