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들의 횡령이나 대출 사기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은행들의 금융사고 피해액이 지난해부터 급증해 올해 들어서만 857억원을 넘었다니 우려스럽다. 더구나 이는 금융권이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라 유감이다.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데 급급해 정작 중요한 내부통제에는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공시한 사고 건수는 올해에만 13건으로 전체 피해 금액은 지난해(1774억원)의 절반 가까이 됐다. 직원이 허위 서류로 대출을 승인하고, 외부인과 결탁해 거액을 빼돌리는 일이 수년간 반복됐다니 심각한 일이다. 300억원대 외부 사기, 200억원 이상 부풀려진 감정가 대출도 포함됐다. 이는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만 취합한 것이라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지난해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4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5조원을 넘겨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 예금금리는 빨리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그대로 두는 ‘예대금리’ 차이를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벌었다. 수천만원의 성과급과 억대 인센티브를 나눴다. 서민들은 가계대출로 고통받고 있는데 은행들은 고객이 맡긴 돈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래서야 은행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은행은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다. 통화정책의 통로이자 금융 안정의 핵심 축으로 공공성과 윤리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런데도 내부통제 실패가 반복되고 사고 문책은 말단 실무자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계속 되는 사고는 조직문화와 책임의식의 문제다. 실질적인 책임자 문책과 징벌적 제재, 예방을 위한 외부 독립 감사체제 구축 등을 서둘러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