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울란바토르 북동쪽 게르촌. 겨울이면 영하 30도의 칼바람이 뺨을 때리는 이곳에서, 매주 세 번 따뜻한 밥을 짓는 한국인 부부가 있다. 윤병학(63) 반유미(62) 사관은 구세군 대한본영에서 파송된 선교사다. 이들은 먹이고 씻기고 복음을 전하는 구세군 3S(Soup, Soap, Salvation) 사역 원칙을 몽골 땅에 그대로 옮겨와 13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울란바토르의 한 식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40대에 신학생이 돼 50대에 몽골로 건너온 이력부터가 남달랐다. 윤 사관은 “처음부터 해외 사역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했다. 신학교 커리큘럼으로 몽골인 디아스포라 사역 실습을 한 두 사람은 2012년 구세군 개전 100주년을 맞아 개척된 몽골 대표부로 파송됐다.
몽골에 도착한 부부는 주 5일 노숙인 밀집 지역으로 찾아가 점심 급식에 나섰다. 술을 마신 노숙인 간의 다툼으로 민원이 잦았다. 현재는 주 3회, 한 장소에서 점심 급식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교인이 되고 있다.
반 사관은 “몽골은 산업 기반이 약하고, 알코올 중독과 가정 해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윤 사관은 “유목민 문화 특성상 성에 관대해 자녀의 아버지가 다른 경우도 많다”며 “결혼식을 안 하다 보니 이혼율은 낮지만, 가정은 사실상 해체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영문 구성원도 여성 성도가 대부분이다. 헌신과 봉사 역시 여성의 몫이 크다. 윤 사관은 “남성들은 사회적 무기력에 빠져 있고 젊은 세대는 SNS와 빠른 산업화에 휩쓸려 있다”고 전했다. 영문에선 노숙자 사역뿐 아니라 무료 유치원과 무료 방과후교실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영문은 현지인 교회로 성장해 매주 평균 150명, 유초등부 어린이를 포함해 170명 가까운 성도가 출석한다. 몽골에서는 큰 교회에 속하지만 윤 사관은 “내적으로는 아직 미숙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앙이 자리 잡은 듯 보여도 미신과 기복 신앙이 여전한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부부는 희망을 품는다. “눈에 보이는 열매는 적지만 씨앗은 뿌려졌어요. 140년 전 조선 땅을 밟은 선교사의 마음으로 오늘도 기도합니다. 지금은 미약하고 오합지졸 같아 보여도 언젠가 이 땅에서 큰 나무가 자랄 겁니다.”
몽골은 중앙아시아 대부분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선교활동이 허용된 드문 나라다. 윤·반 사관은 울란바토르 영문이 몽골 복음화의 통로이자 중앙아시아 선교의 교두보가 되길 소망한다.
“몽골은 중앙아시아 ‘스탄’ 국가들과 연결돼 있고 유목이라는 공통문화를 나누고 있어요. 지금도 그 지역으로 선교사를 파송하는 몽골 교회가 적지 않아요. 우리는 오늘도 이곳에서 기도의 불씨를 지키고 있습니다.”
울란바토르=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