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하인’ 부리듯… 수도군단장 직무정지

입력 2025-05-12 19:08 수정 2025-05-13 00:09
기자회견 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 연합뉴스

육군이 ‘갑질’ 의혹이 제기된 박정택 수도군단장(중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법무조사 결과 갑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보직 해임 등의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육군은 12일 “수도군단장에 대한 의혹을 감찰조사한 결과 부적절한 사안을 확인했다”며 “해당 지휘관에 대해 직무정지를 위한 분리파견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9일 수도군단장 비서실 근무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박 군단장이 지난 1년여간 갑질 행위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센터에 따르면 박 군단장은 지난해 3월 비서실 직원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 운동해야 하니 알아오라”며 수영장 아쿠아로빅 과정을 대리 신청하도록 지시했다. 또 직원에게 본인 자녀의 결혼식 때 메이크업숍, 결혼식장까지 운전하도록 사적 지시를 내렸다. 결혼식 하객 인원 체크, 자리 안내, 화환 정리·기록, 식장 내 짐 옮기기 등 잡무도 시켰다고 한다. 박 군단장을 위해 앵무새 새장을 구매하거나 관사 내 러닝머신 중고거래를 대신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은 제보 직후 비서실 직원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내용 상당수를 사실로 판단하고 있다. 박 군단장 역시 제보에 담긴 상황이 있었다는 자체는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지시가 갑질은 아니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법무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에 적절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갑질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박 군단장의 보직 해임 가능성도 있다. 분리파견된 박 군단장의 임무는 이광섭 17사단장이 대리 수행 중이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