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거목이자 ‘열린 목회’의 선구자인 장천(杖泉) 김선도(1930~2022) 감독의 목회 철학과 신앙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장천기념사업회(이사장 최이우 목사·회장 박동찬 목사)는 12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창립총회와 더불어 제2회 장천포럼을 개최했다. 교회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을 균형 있게 강조한 김 감독의 목회를 돌아보는 모임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제21대 감독회장을 지낸 김 감독은 평안북도 선천 출생으로 1971년 광림교회에 부임한 뒤 말씀과 기도 사역을 중심에 두고 세계 최대 감리교회로 성장시켰다. 김 감독 1주기를 맞아 2023년 발족한 사업회는 연구 및 학술사업, 교계단체 협력 및 지원, 장학사업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
창립총회에서 최이우 이사장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바른길을 가는 일은 쉽지 않다”며 “장천은 우리를 앞서가면서 길을 만든 목회자였다. 사업회는 그의 사역을 이어가기 위해 사람을 키우고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평화통일 선교 등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회장인 박동찬 일산광림교회 목사도 “교회 성장뿐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NGO 활동과 북한 선교 등 여러 방면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했던 장천의 정신을 계승하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지도자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김 감독님처럼 열린 마음으로 목회에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 리더십을 키워내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회는 이날 광림교회 5층에 사무실을 두고 사무총장과 사무원을 배치하며 목회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이사진과 운영위원회를 통해 체계적인 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창립총회 후 ‘장천의 신앙적 상상력’을 주제로 펼쳐진 포럼은 예배와 강연뿐 아니라 사역의 새 출발을 알리는 기도와 참석자 간 교제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김정석 기감 감독회장은 요한복음 3장 16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하며 부친인 김 감독의 설교에 담긴 경건성, 구별됨, 선함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강조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서창원 감신대 명예교수는 ‘장천의 신앙적 상상력’ 제목의 발표에서 “김 감독의 신학과 목회 방식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살아있는 지혜와 길을 보여주는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김 감독의 신앙적 상상력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십자가의 아픔과 부활의 기쁨을 함께 바라보며 현실 문제를 직시하되 긍정적 변화 가능성을 강조한 ‘고난과 희망의 균형’과 더불어 ‘성경의 현대적 적용’ ‘영성과 사회적 책임의 조화’ ‘시대 변화에 민감한 교회의 대응’ ‘신앙과 지식의 열린 통합’ 등이다.
서 박사는 “김 감독은 관계 중심적 사고를 통해 신앙의 이론과 실천을 연결했다. 이는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유효한 지혜”라고 평가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