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동반자

입력 2025-05-13 03:02

지난주 나는 지리산 종주라는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었다. K목사님이 동반해준 덕분이었다. 목사님은 일정을 짜고 짐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하산까지 세심하고 조용한 리더십으로 내가 욕심내거나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도록 도와주었다. 35㎞의 종주 코스 내내 목사님은 내 앞에서 걷지 않았다. 항상 뒤에서 내 컨디션과 상황을 지켜보며 산행 속도를 조절했다.

나는 40년 전에 같은 코스를 다른 동반자와 함께 종주한 적이 있었다. 젊음을 과신한 탓인지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한 속도로 산행을 이끌던 그분의 ‘강한’ 리더십 때문에 일행이 모두 컴컴한 야간 산행 중 탈진해 쓰러지는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 체력과 목표와 상황을 이해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섬겨준 K목사님 덕분에 무사히 종주를 마칠 수 있었다.

동반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 삶이 안전해질 수도 위험해질 수도 있음을 이번 등산에서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찌 개인뿐일까. 교회도 국가도 동반자가 중요하다. 산길을 걸으며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선한 정치적 동반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