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트럼프식 관세… 올 세수 확충 778억 달러 불과

입력 2025-05-13 02:08
사진=AP연합뉴스

세수 확충을 위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구상의 핵심은 ‘오래된 세금’인 관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자유무역 시대가 도래하기 전처럼 고율의 관세를 부활시켜 대규모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이렇게 벌어들인 세수로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감소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목을 신설해 세수 기반 확충을 꾀하는 유럽과는 상반된 행보다.

12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걷은 관세는 모두 770억 달러(약 10조8000억원)다. 미국 전체 세수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관세란 수출·수입되거나 세관을 통과하는 화물에 부과되는 세금을 뜻한다. 보호무역주의가 성행하던 근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연방 재정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세목 중 하나였다. 평균 관세율이 60%를 넘나들었던 19세기 미국에서는 한때 연방 세수의 8할이 관세를 통해 충당됐다.

지난 1월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로 이 ‘19세기의 향수’를 되살리는 장본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자산가·기업에 대한 고강도 감세 정책을 예고했다. 지난 2월에는 한술 더 떠 “(일반 국민에 대한) 소득세 제도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역 상대국에 걷는 관세 수입이 급증하면 국내에선 그만큼 감세 정책을 펼칠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품목별 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 대(對) 중국 보복 관세 등을 난사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개시했다. 현재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자동차·자동차 부품에는 모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국가별로는 10%의 기본 관세가 적용되고 최대 50%에 이르는 국가별 관세율은 90일간 적용 유예된 상태다.

이 같은 ‘관세 전면전’으로 미국의 세수 상황이 소폭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 있는 국제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올해 관세 수입이 163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곱절 이상 뛸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2034년까지 10년 동안의 총 관세 수입은 2조80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관세 기반 세수 확충’의 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율 인상이 중국·유럽연합(EU) 등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부르는 데다 실제로는 관세 부과 품목의 수입량 급감을 초래해 세수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택스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보복 관세의 여파를 제외할 경우 올해 미국의 실질적인 관세 수입은 778억 달러에 그치게 된다.

미국 내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관세 중심 세수 확충’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일 영국과 주요국 중 최초로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영국을 철강·알루미늄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동차에도 10만대의 관세율 인하 쿼터를 제공했다.

조세 정책에 고소득자 증세를 섞으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회 지도부에 개인 소득이 연 250만 달러(약 35억원) 이상이거나 부부 합산 소득이 500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에 대한 소득세율 최고 구간 신설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세종=이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