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러나’가 아닌 ‘그리고’의 인생

입력 2025-05-13 03:04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바울과 실라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마게도냐인의 환상을 보고 순종한 것입니다. 빌립보에 도착한 바울은 강가에서 기도하던 여인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루디아와 그 가족이 회심하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루디아는 자주색 옷감을 파는 부유한 여성 사업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바울의 말씀에 마음이 열리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집을 복음의 전진기지로 내어주며 바울 일행을 섬겼습니다.

그러나 바울이 귀신 들린 여종을 고쳐주자 돈벌이가 끊긴 주인들이 바울과 실라를 고발했습니다. 그들은 돈 문제는 숨긴 채 “유대인이 로마의 풍속을 어지럽힌다”며 지역감정을 이용했습니다. 결국 바울과 실라는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접속사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도우러 왔는데 그러나 감옥에 갇혔다”라고 말할까요, 아니면 “복음을 전하고 그리고 감옥에 갇혔다”고 말할까요. 바울은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 왔지만 당연히 고난이 있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라”는 말씀처럼 고난에 익숙한 삶을 살았습니다.

바울과 실라는 매를 맞고 깊은 감옥에 갇혀 발이 든든히 차꼬에 채워진 상황에서도 한밤중에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기도는 도움을 간구하는 것이지만 찬송은 다릅니다. 그들의 찬송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다”는 고백이었을 것입니다. 다니엘이나 하박국처럼 상황이 절망적일지라도 여호와로 말미암아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그때 갑자기 큰 지진이 나서 옥터가 움직이고 문이 다 열리며 모든 사람의 매인 것이 다 벗어졌습니다. 놀란 간수가 자살하려 하자 바울이 “우리가 다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간수는 “내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바울은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밤에 로마인 간수는 바울과 실라의 맞은 자리를 씻어줬습니다. 간수의 온 가족이 세례를 받은 후 음식을 차려 함께 기뻐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상황을 정리하고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의 능력입니다.

사도행전은 대반전의 행전입니다. 하나님이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도와 찬송뿐입니다. 기도와 찬송이 하나님의 능력을 끌어내는 도구는 아니지만, 기도와 찬송을 통해 우리에게 없는 능력이 공급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바울이 매 맞은 이곳은 훗날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되었습니다. 복음은 감옥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가 모두 바울처럼 선교에 헌신하지 못해도, 루디아처럼 혹은 다른 방식으로 주님 안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매일의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그러나’가 아닌 ‘그리고’의 인생을 사는 우리의 자세여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바울과 같은 고난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 찬 ‘그러나’의 인생을 살 건가요, 아니면 믿음으로 감사하며 ‘그리고’의 인생을 살 건가요. 바울과 실라처럼 깊은 밤의 감옥에서도 찬송할 수 있는 영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우리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리고’의 인생을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장혁종 목사
여수 서촌교회

◇전남 여수 화양면에 있는 서촌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여수노회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공동체로 100년 이상의 교회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벽촌 시골임에도 복음을 사모하는 이들이 많은, 부흥하는 지역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