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40> 스데반

입력 2025-05-13 03:06

봄이 오려면
마지막 겨울의 꽃 한 송이
바람의 칼날에 베이고 쓰러져야 하는가
예루살렘 교회 일곱 집사 중
지혜와 성령이 충만하였던
탁월한 지성과 영성의 선도자
유대교의 위선적 도색을 벗겨내고
예수의 메시야 사상을 증거하다
하나님 모독의 죄책으로
예루살렘 후미진 거리에서 돌에 맞아 순교한
시대를 앞서간 낯선 증인
그 옷을 지키고 서 있던
사울의 어둡고 쓸쓸한 긴 그림자
스데반의 피눈물 천상의 꽃으로 피어나리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스데반은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가 뽑은 일곱 집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독교의 교리에 순종하며 기꺼이 목숨을 던졌다. 그러므로 ‘낯선 증인’이다. 그에게 덧씌워진 것은 유대교의 의식과 전통과 성전을 비판하고 예수가 메시아임을 주장하여 모세의 율법을 어겼다는 죄목이었다. 이와 같은 순교는 기독교가 세상이 뿌리내리기 위한 필요악의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정황에 대해 시인은 “봄이 오려면/ 마지막 겨울의 꽃 한 송이/ 바람의 칼날에 베이고 쓰러져야 하는가”라고 탄식한다. 시인은 스데반의 최후 광경을 지키고 서 있던 한 사람을 이 시에 초치(招致)했다. 바울이기 이전의 사울이다. 사울의 그림자는 ‘어둡고 쓸쓸하고 긴’ 모양이었지만, 뒤이어 시인은 ‘스데반의 피눈물 천상의 꽃’으로 피어날 것으로 묘사했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