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가 달라졌다… ‘프리미엄 경험식’ 확장

입력 2025-05-12 01:20

간편한 한 끼 식사를 위한 제품으로 출발한 밀키트가 ‘프리미엄 경험식’으로 변모했다. 조리 편의성을 넘어 유명 맛집의 레시피를 구현하고, 손질이 번거로운 해산물을 포함해 편의성을 높이는 등 구성과 품질을 모두 끌어올리며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11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4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피코크 브랜드 기준 한식은 15%, 양식은 10% 성장했다. 대표 상품인 ‘의정부식’과 ‘송탄식’ 부대찌개는 누적 27만개가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해산물 밀키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해산물 밀키트 매출은 트레이더스에서 전년 대비 70%, 이마트에서는 30% 증가했다. 해물탕, 알탕뿐 아니라 해신탕·낙곱새·민어매운탕 등 이색 메뉴도 잇따라 출시 중이다.

소비자 수요 증가도 이런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 가정간편식(HMR)을 구입한 가구 비중은 77.9%로, 전년보다 10.6% 포인트 상승했다.

유통업계는 인기 맛집이나 유명 셰프와의 협업으로 밀키트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컬리는 ‘목란’ ‘애플하우스’ ‘경복궁’ 등 전국 유명 맛집 간편식을 단독 출시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쿠팡도 가성비 넘어 프리미엄 공략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쵸이닷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바탕으로 개발된 밀키트 브랜드 ‘최현석의 쵸이닷’(사진) 상품이 쿠팡 로켓프레시에 입점했다. SSG닷컴도 ‘고사리 익스프레스’ ‘효뜨’ ‘을지로보석’ 등 미쉐린 셰프나 유명 맛집과 협업한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 ‘윤서울’과 빕 구르망 레스토랑에 선정된 ‘면서울’을 이끄는 김도윤 셰프와 여름 간편식을 단독 개발·출시했다.

공공 부문도 밀키트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대그린푸드·네이버와 함께 시민 추천 방식으로 전통시장 맛집을 선정해 ‘모두의 맛집’ 브랜드로 밀키트를 제작 중이다. 선정된 점포는 제품 개발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무상 지원받는다. 현대백화점과 온라인몰에서 오는 9월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가 간편식을 넘어 셰프의 손맛과 맛집의 스토리를 집에서 즐기는 ‘프리미엄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친환경 포장을 도입하고 포장재 수를 줄이면서 친환경 가치 소비를 하는 소비자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