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운항을 방해하는 난기류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면서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난기류가 더 심해지는 데다 예측 또한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 항공사 11개가 운항 중에 난기류를 만나 국토부에 보고한 건수는 2만7896건이었다. 1년 전(2만575건)보다 35.6% 늘었다. 항공편 1편당 난기류를 맞닥뜨린 횟수도 2019년 0.027건에서 2023년 0.044건, 지난해 0.052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세계 항공 사고 가운데 난기류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5%에서 지난해 32%까지 늘었다. 동아시아와 미국 동부 부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난기류는 ‘공기의 흐름이 불안정해질 때’ 주로 발생한다. 산을 비롯한 지형지물에 공기의 흐름이 가로막혀 소용돌이가 생기거나 지표면이 고르지 않게 가열돼 공기가 기둥처럼 수직으로 흐를 때 나타날 수 있다. 돌풍이나 뇌우 등 기상 현상도 원인이 된다. 학계에선 최근 난기류 발생 증가는 지구 온난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도 10㎞ 아래의 대류권 기온이 높아지면서 성층권과 온도 차가 커지는 바람에 그 사이에서 발생한 제트기류가 난기류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조증상이 없어서 예측하기 어려운 난기류의 빈도와 위력이 향후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3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교수는 “향후 수십년간 폭풍이나 구름 등 전조증상 없이 발생하는 이른바 ‘청천 난기류’가 3배 늘고, 지속 시간도 최소 20~30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기가 운항 중에 난기류를 만나면 기체가 요동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짐이 파손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갑작스러운 난기류로 태국 방콕 공항에 비상 착륙 하는 과정에서 탑승객이 숨지기도 했다. 같은 달에 크로아티아에서 출발한 인천행 티웨이항공 여객기도 난기류를 만나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국토부와 항공업계는 난기류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항공기 난기류 사고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 항공사들과 난기류 정보 공유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담겼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이코노미석에 컵라면 대신 핫도그와 피자 등 화상 위험이 적은 간식을 제공한다. 티웨이항공은 뜨거운 음식을 서비스할 때 쏟아짐 방지를 위해 전용 비닐백을 제공하고, 이스타항공은 뚜껑에 화상 방지 스티커를 부착해 난기류에 대응 중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