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신용자 대출 상품, 3개월 만에 상반기 목표 80% 도달

입력 2025-05-12 02:26
국민일보DB

건설업 일용직 50대 A씨는 최근 팔을 다친 후 수입이 끊겼다. 병원비와 생계비 부담이 커지자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최저신용자였지만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을 통해 급하게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신용점수·소득이 낮은 이들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최저신용자 보증 규모(상반기 1000억원)가 3개월 만에 80%에 도달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서금원의 최저신용자 신규 보증 규모는 795억원이다. 올해 전체 본예산 기준 연간 보증액(1700억원)의 46.7%다. 4월 말 기준 보증 규모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매달 신규 보증 규모가 평균 265억원씩 증가한 걸 감안하면 상반기 조기 집행 보증 규모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신용 점수 하위 10%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00만원 까지 대출해주는 정책서민금융 상품이다. 최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2022년 9월 출시됐다. 연체 이력이 있어도 이용이 가능하다.

서금원 내부에선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한 것을 감안해도 보증 규모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고 보고 있다. 서금원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 취약한 최저신용자의 금융 애로가 가중된 반면 민간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로 최저신용자의 대출 공급이 축소되면서 정책서민금융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추가 재원(365억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다. 관련 추경 예산은 지난 1일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확정됐다. 추가 재원 확보로 보증 공급 규모도 2800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서금원은 연말까지 누적 시 올해 신규 보증 수요가 3000억원을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출이 느는 만큼 공공 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마련한 정책 상품이 사실상 현금 지원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와 서금원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예상 대위변제율을 53.5%로 지난해 40%에서 13.5% 포인트 높였다. 빌려준 돈 절반 이상을 받지 못하고 정책 기관이 대신 갚아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원 방식 및 규모 등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재설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