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푸틴과 밀착하면 EU와 멀어진다

입력 2025-05-11 18:2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국빈방문으로 미국에 맞서 유럽연합(EU)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 80주년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사열대 정중앙에 앉아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 P)는 두 정상이 보인 끈끈한 모습은 중국과 EU의 관계 개선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중·러 관계임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EU는 2021년 신장 인권 문제를 두고 제재를 주고받는 등 갈등을 빚었지만, 최근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4년 전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부과한 제재를 해제했고 EU도 중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유럽 안보를 위협하는 푸틴 대통령과 유대감을 과시한 것은 중국에 대한 EU의 의구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EU 집행위원회 파울라 핀호 수석대변인은 시 주석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우리 관계에서 건설적 요소는 아니다. 다른 태도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샌더 토르두아는 “시 주석이 유럽을 무시하고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유럽이 미국에서 중국 쪽으로 돌아서는 것은 고사하고 무역 화해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SCM P에 말했다. BBC도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유럽과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