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도복·라켓으로 시작된 만남이 복음으로… 세대·언어 장벽 넘는다

입력 2025-05-13 03:05
박남진 선교사가 지난 1월 태국 치앙마이의 소수민족인 산지족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에게 피클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박 선교사 제공

스포츠는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으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강력한 선교의 도구이다. 축구와 태권도 같은 전통의 스포츠 외에 패들로 불리는 커다란 라켓을 들고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공을 치는 피클볼 사역도 뜨고 있다. 도복과 라켓으로 시작된 만남이 세대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복음으로 연결되는 지구촌 곳곳의 스포츠 선교 현장 이야기다.

피클볼, 선교의 새로운 물결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의 요소를 결합한 스포츠인 피클볼은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호회와 대회가 늘고 있으며 피클볼 전문 코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과 태국에서 활동하다 제주로 돌아온 박남진(56) 선교사는 피클볼을 통해 복음의 또 다른 문을 열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피클볼을 처음 접한 그는 이 종목을 통해 복음을 전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미국 피클볼협회 공식 지도자 자격을 취득한 코치로 제주의 대안학교와 국제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피클볼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한다.

박 선교사는 1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피클볼은 배우기 쉽고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며 “오전에 아이들과 피클볼을 치고 오후에는 자연스럽게 예수님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국 5개 지역 기독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피클볼 캠프를 진행하면서 선교라는 단어 없이도 신앙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피클볼은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 리그가 운영되고 있으며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피클볼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즐기며 세대 간에 대화와 연대감을 끌어내는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태권도, 몸으로 전하는 복음

CCC TIA 소속 태권도 선교사들이 지난해 8월 몽골의 현지교회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장면. 장 목사 제공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태권도 선교사역부(TIA)는 46개국 182명의 태권도 선교사들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태권도 시범단, 지도자 양성,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접근으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TIA 대표 장경철 목사는 “태권도는 남녀노소, 장애 유무, 인종을 뛰어넘는 세계적 스포츠이자 복음의 접촉점”이라며 “태권도라는 공통 관심사 안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TIA는 다음세대와 탈북 청소년, 발달장애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시범과 지도자 사역, 전도 집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영적 제자를 발굴하고 훈련한다. 올 부활절에는 발달장애인 태권도 시범단도 결성했다.

‘복음의 다리’ 스포츠

세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강력한 도구인 피클볼과 태권도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관계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도복이나 라켓, 띠 하나로 시작된 만남이 말씀과 복음으로 이어진다.

태권도와 축구가 뿌리 깊은 사역 도구라면 피클볼은 아직 개척 단계에 가깝다. 그러나 운동의 문턱이 낮고 몰입도와 지속성이 높다는 점에서 박 선교사는 “피클볼은 ‘건강한 중독성’을 가진 스포츠”라며 “앞으로 제주도에 피클볼을 매개로 한 선교센터를 세우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장 목사도 “태권도를 통해 깊이 있는 제자 훈련과 관계 중심의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동준 유경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