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멀티플렉스 ‘빅3’ 중 2, 3위 업자인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 작업을 시작했다. 침체에 빠진 영화 산업을 심폐소생하는 기회가 될지, 극장의 내리막길이 가속화되는 신호탄이 될지 두 회사의 결합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와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씨어터를 가지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의 주요 사업은 메가박스와 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실내 키즈 테마파크 플레이타임중앙이다. 업계 1위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멀티플렉스·콘텐츠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롯데시네마의 스크린 수는 915개, 메가박스는 767개다. 두 브랜드의 스크린 수를 합하면 총 1682개로 업계 1위인 CGV(1346개)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은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보다 적자를 벗어나 내실을 다지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롯데시네마는 3억원의 영업이익을, 메가박스는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CGV는 75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극장을 찾는 고객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두 브랜드가 합쳐질 경우 경영 효율화를 위해 상영관 수나 인력을 감축할 것이란 우려가 자연스레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일 “영화관들이 보통 장기 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두 회사가 합쳐졌다고 해서 상영관을 당장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사업자들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3위 사업자가 퇴출되는 것보다는 이같은 방식이 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생태계 전체의 위축도 우려된다. 빅3가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운영하면 이들이 제작 또는 투자배급하지 않는 중간 규모 영화나 예술 영화는 상영할 극장을 찾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영화 업계 관계자는 “1위 사업자를 견제해 온 두 개의 사업자가 하나로 줄어 독과점 체제가 됐을 때 시장이 건강하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극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중소 배급사 작품이나 독립 영화들은 스크린 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지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홀딩스 측은 “지금은 극장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OTT나 유튜브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합병한 두 브랜드의 상영관이 인접 지역에 있다면 한 곳에선 대규모 상업 영화를 틀고 다른 한 곳에선 다양성 영화를 걸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만들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합병을 두고 두 회사가 몸집을 합쳐서라도 산업의 크기를 유지하려는 자구책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회사가 다른 한쪽을 흡수하는 것이 아닌 합작 법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투자나 마케팅 측면에서 중복 지출을 없애고 새로운 투자 등을 통한 자본 건전성을 확보해 영화 다양성 사업 등에 재투자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 롯데와 중앙의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합작 법인은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동일한 지분을 유지하고, 추후 참여하는 투자사 등에 따라 전체적인 지분 비중이 정해질 것”이라며 “브랜드명은 합병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논의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