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제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내달 2일까지 22일간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치러지게 됐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부터 극심한 혼란을 겪어 왔다. 또 글로벌 통상전쟁을 비롯해 나라 밖으로도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누가 더 능력 있는 지도자인지를 겨루고, 더 좋은 정책과 미래비전을 앞다퉈 제시해야 하지만 지금껏 각 당과 후보들이 보여준 모습은 이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김문수 후보가 어제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그 과정은 볼썽사납기 짝이 없었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으로 나서자 지도부가 토요일 새벽 김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후보 교체를 시도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당원들의 반대로 김 후보가 다시 후보가 됐지만 ‘즉각 단일화’ 약속을 어긴 후보나 ‘새벽 쿠데타’로 후보 교체를 시도한 지도부의 행태 모두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가 일찌감치 본선 출마를 확정했다. 하지만 득표율 90% ‘싹쓸이 경선’으로 치러져 경선이 역동적이지 못했고 당내 정치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대해 ‘초고속’ 재판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하면서 정국이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선거 공정성 시비에 고법이 재판을 대선 뒤로 늦췄지만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은 계속돼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선이 3주 앞인 지금쯤이면 후보들의 공약도 잘 알려져 있어야 하고, 어느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 나은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한창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다들 엉뚱한 데 힘을 쓰느라 그런 게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중요한 대선을 이렇게 졸속으로 치러선 안 된다. 남은 기간만큼은 후보들이 공약과 국정운영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기 바란다. 네거티브나 상대의 과거를 들추는 선거전이 아니라 어려운 민생경제와 관세전쟁의 파고를 어떻게 돌파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좋게 만들지를 토론해야 한다.
아울러 후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진영 간 분열을 부추기는 언행을 해선 안 된다. 그 대신 탄핵 사태로 극심히 분열된 국론을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포용과 통합을 강조하는 쪽이 그 반대 목소리를 내는 쪽보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윤 전 대통령이 거대야당과의 체제 대결을 촉구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전직 국가원수로서 도리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더는 대선에 개입해선 안 된다. 후보들 역시 ‘분열’로 표를 얻으려는 시도 자체를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