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주요 19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소비와 건설업 등의 내수 침체에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며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바라보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도 0%대로 굳어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1~3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46%(전 분기 대비)로 현재까지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1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 1위는 아일랜드(3.219%)가 차지했고, 중국(1.2%) 인도네시아(1.124%) 스페인(0.568%)이 뒤를 이었다.
1분기에는 한국보다 GDP 규모가 큰 캐나다(0.4%) 이탈리아(0.26%) 독일(0.211%) 프랑스(0.127%) 등 주요 선진국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관세전쟁을 촉발한 미국(-0.069%)마저 한국보다 감소 폭이 작았다. 곧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할 일본과 영국도 각각 -0.1%, 0.6%(이상 블룸버그통신 추정)로 한국보다 양호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1.3% 성장으로 주요 37개국 중 중국(1.5%)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0.2%)에 이어 3분기(0.1%), 4분기(0.1%)까지 0% 안팎을 오가며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해외 기관들의 ‘성장 눈높이’도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 전망은 지난달 말 기준 0.8%로 한 달 전(1.4%)보다 0.6% 포인트 급감했다. IB 8곳 중 6곳이 0%대 성장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0.7%) 씨티(0.6%) JP모건(0.5%)이 기존 1%대 전망에서 낮췄고, 노무라증권 UBS 2곳(모두 1.0%)도 1%에 턱걸이할 것으로 봤다. 한은도 오는 2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기존 1.5%)를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지만 추가경정예산(13조8000억원)의 경기 부양 효과는 하반기 이후에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은 성장률을 약 0.1% 포인트(추경 12조원 기준)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경’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재정점검 보고서 4월호’에서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54.5%로, 비기축통화국 11개국 평균치(54.3%)를 처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이미 중앙정부 채무가 12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2차 추경 및 확장재정 정책이 이어질 경우 13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