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6] “요즘 MZ, 불안에 발목잡혀 사랑 포기… AI로 위로·공감 얻어”

입력 2025-05-12 03:00 수정 2025-05-12 09:22
이광민 마인드랩 공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병원에서 청년세대의 관계와 사랑, 불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정민PD

“요즘 청년들도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불안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관계가 틀어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이 사람마저 떠나면 무가치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이런 감정이 반복되면 결국 사랑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광민 마인드랩 공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연애와 결혼,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이 크게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20, 30대 청년을 상담해 왔고, 부부관계 회복을 돕는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JTBC)에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전하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강남 마인드랩 공간에서 만났다.

이 원장은 요즘 청년들이 겉으로는 더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내면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구는 많지만 진짜 대화할 사람은 없고, 온라인에서는 소통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침묵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을 더 작고 무기력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SNS 알고리즘 속에서 소비되는 연애 콘텐츠들은 더 큰 왜곡을 낳습니다. 이상적인 사랑의 이미지, 자극적인 감정 표현, 화려한 관계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현실의 사랑은 초라하게 느끼게 되죠. 더구나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 보니 자신이 쌓아 올린 결과물이 결혼과 출산으로 희생당하거나 훼손당하는 건 더 용납하기 어려워집니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공감을 얻고 위로받는 현상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원장은 “자신에게 상처 주지 않는 존재로 학습된 AI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해주는 것에 만족하는 건 상처와 좌절을 통해 경험치를 높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내가 비록 고달프고 마음을 다치더라도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을 때 오히려 삶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실제로 해보면 더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이런 시대에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내가 있는 그대로 귀한 존재’라는 믿음이라고 강조하고 하나님에게서 오는 ‘무조건적인 수용감’을 그 원천으로 꼽았다. 이를 경험한 사람은 타인을 통해 자기 결핍을 채우려 하지 않고, 타인을 함께 걸어가는 동행자로 대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평양에서 사역하던 이재풍 목사의 4대손인 이 원장은 “불안한 시대에 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지만 그 마음을 붙잡아줄 무언가가 있다면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교회 공동체를 향해서도 “청년들이 실패해도 괜찮고 실수해도 수용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오는 24일 경기도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에서 열리는 크리스천 청년들의 영적 축제 갓플렉스(God Flex)의 메신저로 나선다. 현장에선 흔들리는 청년들의 마음을 붙잡아 줄 메시지와 찬양, 기독교 굿즈와 체험 부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