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회장 앞에서 매년 신사업 과제 제안하는 LS 임원들

입력 2025-05-12 00:14 수정 2025-05-12 00:14

LS그룹에서 새롭게 임원을 달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구자은 회장 앞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것이다. 신사업 발표는 구 회장이 취임한 2022년 이후 도입됐다.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회장에게 직접 신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은 신임 임원 교육 방식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 신임 임원들은 지난 4년간 구 회장 앞에서 아쿠아팜(스마트 수산 양식), 코리빙(협동 주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해왔다. 이는 임원 교육 프로그램 ‘미래혁신포럼’의 최종 단계다. 미래혁신포럼은 매년 1월 재무,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 기초 경영 교육으로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5명 안팎으로 팀을 꾸려 2~4월 신사업 전략 과제를 기획하고 발표한다. 구 회장은 발표 현장을 찾아 “아이디어들이 좋다”며 격려하는 등 적극 참여해왔다.

그간 포럼에서 제안된 아이디어 대부분은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전력 인프라 등 기존 사업과 연관된 주제들이었다. 이 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나온 발표도 있었다. 올해는 약 10명의 신임 임원이 두 팀으로 나뉘어 코리빙과 SMR 인프라 관련 주제를 발표했다. 두 주제 모두 최근 에너지·주거 트렌드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신사업 영역이다.

일부 제안은 사업화 추진 검토 대상에 오르기도 했으나 실행 단계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수익성이 부족하거나, 규제나 시장 구조상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제안된 아쿠아팜 아이템 역시 구 회장이 흥미를 보이며 전략 부서에 내부 검토를 지시했지만 사업화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LS는 포럼이 단기 성과보다는 신규 임원의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임원들이 포럼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익히고 이를 실무에 적용하도록 독려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LS 관계자는 “단순한 아이디어 공모 사업이 아니라 신규 임원들이 각 계열사 리더로서 전략적 사고와 문제해결 역량을 체득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