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차별화 경쟁’ 본격화

입력 2025-05-12 01:05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이 단순 전력 저장을 넘어 용도별로 고도화하고 있다. 극한 환경이나 로봇, 에너지센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차별화된 ESS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산업 내 경쟁 구도도 기존의 ‘용량’ 중심에서 ‘적용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극한 환경 대응 차세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고신뢰성 검증 및 안전기술 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BESS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산하 전기안전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고안한 이 기술은 영하 40~영상 80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ESS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극권의 혹한 지역부터 사막의 고온 지역까지 다양한 기후대에서 ESS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극한의 온도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ESS 기술 차별화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5’에서 유럽산 리튬인산철(LFP) 셀을 적용한 20피트(ft) 표준 컨테이너형 전력망용 ESS 신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는 3개의 모듈을 하나의 팩으로 결합한 스택형 구조로 팩 간 간격을 최소화해 기존 제품 대비 뛰어난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 역시 같은 전시회에서 독자 개발한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배터리 신제품(U8A1)을 공개했다. U8A1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정전 시 비상 전원을 공급하고 전력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할 때 전력 품질을 안정화할 수 있다.

다양한 운영 환경과 용도에 맞춘 ESS 솔루션이 주목받으면서 앞으로의 시장 경쟁은 기술의 다양성과 차별화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ESS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는 세계 최초로 배터리 모듈에 냉각 플루이드를 주입하는 액침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화재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불연성 ESS를 개발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로봇이나 AI 서버, 재난 대응용 전력망 같은 분야에서 ESS 없이는 시스템 구현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는 극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고 설계 유연성과 제어 정밀도가 높은 차별화된 ESS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