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첫날 8시간 마라톤 협의… 트럼프 “큰 진전 있어”

입력 2025-05-11 19:12 수정 2025-05-12 00:16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세전쟁 이후 첫 대면 협의를 했다. 양국은 관세 등 무역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고 11일에도 협의를 이어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 양국 대표단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제네바에서 회담했다. 회담은 자유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근처인 유엔 제네바 사무소 주재 스위스대사관저에서 진행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이날 회동이 8시간 정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담 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서 “많은 것이 논의됐고 많은 것이 합의됐다”며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완전한 리셋(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 업계에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담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고, 양측 모두 회담 진행 과정과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WSJ는 중국 대표단에 마약 단속 분야 최고위 인사인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왕 부장의 참석은 펜타닐 재료 공급을 비난해온 미국에 대해 중국이 협상 여지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중 고위급이 무역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펜타닐 등을 이유로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125%의 보복관세로 맞섰다. 관세 폭격을 먼저 시작한 트럼프는 최근 들어 중국에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전날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80%가 적절할 것 같다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이번 협상 결과는 향후 세계 경제의 경로를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첫 회담인 만큼 눈에 띄는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뉴욕타임스는 “회담의 중요성은 매우 크지만 관세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는 낮다”며 “많은 전문가는 이번 논의가 양측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협상 방향을 정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