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장으로 변신한 교회… 아빠·친구와 함께 ‘게임 소통’

입력 2025-05-12 03:14
‘과천e스타’ 해설진이 10일 경기도 과천교회 교육관에서 가족컵 토너먼트 참석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과천교회 제공

10일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교육관엔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흘렀다. ‘과천e스타 가족컵’ 토너먼트 결승전을 앞둔 현장이었다. 결승전에 나선 부모와 자녀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곤 모바일게임 ‘브롤스타즈’에 접속했고 이내 결전이 시작됐다.

“아빠, 조금만 더 앞으로 가주세요.” “오른쪽에서 적이 오고 있으니 조심해.” 아버지와 자녀가 쉬지 않고 게임 상황을 주고받느라 교육관은 떠들썩했다.

2분 남짓 이어진 치열한 전투 끝에 승패가 갈렸다. 승리팀의 아버지와 아들이 부둥켜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패배한 팀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추억을 만들어서였는지 행복한 미소를 띠었다.

과천교회와 시냇가하늘숲 청소년꿈터(위원장 방주석 장로)가 주최한 ‘과천e스타’ 현장은 시종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코로나19 중이던 2021년 시작한 뒤 올해로 5회를 맞은 이 행사는 위축됐던 청소년 문화 활동을 회복시키기 위해 기획된 e스포츠 대회다. e스포츠는 전자 기기를 통해 경쟁하는 디지털 스포츠다.

총상금 200만원이 걸린 대회에는 과천교회 교인뿐 아니라 주민 등 170여명이 참가했다. 대회는 청소년컵(3인 1팀)과 가족컵(2인 1팀)으로 각각 진행됐다. 세 시간 동안 진행된 대회에서 토너먼트 1위의 영예는 이즈리얼팀(청소년컵)과 팽드거모티팀(가족컵)에 각각 돌아갔다.

이날 주최 측은 ‘게임 리터러시’ 강의도 진행했다. 게임이 단순 오락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고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강사로 나선 이기섭 에이블경기도장애인e스포츠협회 이사는 “게임은 청소년에게 협력과 창의성,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현대 문화의 하나”라면서 “게임도 바르게 활용하면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대회를 위해 해마다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교육관을 대회장으로 꾸몄는데 설교가 선포되던 설교단과 스크린에는 캐스터와 해설위원 중계석이 마련됐고 게임 실황이 중계됐다.

주현신 과천교회 목사는 “다음세대가 교회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지역사회 안에서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음세대를 위한 문화 사역에 지속해서 힘쓰겠다”고 밝혔다.

대회 참석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청소년컵 우승의 주역인 양지호(15·이즈리얼팀)군은 “교회에서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반가웠고 우승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실제 기도대로 이뤄져 너무 기쁘다”면서 “피시방은 어두컴컴하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교회는 밝고 쾌적한 환경이라 게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과천=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