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분기 성장률 19개국 꼴찌…대선 주자들은 퍼주기 골몰

입력 2025-05-12 01:10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246%가 주요 19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한국은행 집계 결과 나타났다. 경제 규모가 우리와 비슷한 스페인(0.568%)이나 더 큰 독일(0.211%), 프랑스(0.127%)조차 모두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자국 관세 정책의 역풍을 맞은 미국 역시 -0.069%로 한국보다 마이너스 폭이 작다. 글로벌 투자은행 8곳 중 6곳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대로 낮췄고, 국내 주요 기관들 역시 1% 내외의 초라한 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이 같은 성장 정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가는 구조적 둔화의 특성을 띤다. 정부는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반등을 꾀하고 있으나, 효과는 하반기에나 반영되고 이마저도 성장률을 0.1% 포인트가량 끌어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대선 주자들은 퍼주기식 포퓰리즘 경쟁에 몰두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농어촌 주민수당, 농산물 가격안정제, 햇빛연금 등 현금성 농정 공약과 ‘천원의 아침밥’ ‘먹거리 바우처’ 등 국민 대상 먹거리 제공 등을 선언했지만, 대부분 재정 건전성이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빠져 있다. 여야 모두 소득세 경감으로 근로자 표심 잡기에 나서면서도 감세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역시 찾기 어렵다. 구조적 저성장 국면을 실질적 성장률을 높일 전략으로 반전시킬 전략이 아쉬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난 복지성 지출 확대로 이젠 재정정책도 한계점으로 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54.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54.3%)을 처음으로 웃돌고, 2030년엔 59.2%에 이를 것으로 경고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128.2%), 일본(231.7%)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 입장에서는 재정 여력의 한계가 곧 국가 신뢰도와 금리·환율 불안정으로 직결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구조 개혁과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눈앞의 표를 의식한 낡은 분배 중심 공약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우선하는 전략이야말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