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온도·높이, 기후 핵심 지표
인공위성 기술로 해수면 정밀 측정
자율 부유체 ‘아르고’는 내부 탐사
최근 관측 기술 더욱 진화했지만
韓 아르고 참여도 0.4% 그쳐 미미
인공위성 기술로 해수면 정밀 측정
자율 부유체 ‘아르고’는 내부 탐사
최근 관측 기술 더욱 진화했지만
韓 아르고 참여도 0.4% 그쳐 미미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다.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전 지구 표면 온도가 1.5도를 넘어섰으며, 해양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후 분석 기관에 따르면 2024년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97도 높았다. 최근 한 연구는 이 같은 수온 상승이 해수면뿐만 아니라 수심 2000m까지도 관측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1년 사이 전 세계 상층 해양의 열 함량은 16Zj(제타줄·10의 21승 줄)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총 발전량의 약 140배에 달하는 열에너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양은 기후 변화에 따른 열을 점점 더 많이 저장하는 거대한 저장소가 되고 있다.
해수면도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상승했다. 2024년 연간 해수면 상승률은 0.59㎝로, 과거 평균 추세였던 0.43㎝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상승은 따뜻해진 바닷물이 부피가 늘어나는 열팽창 때문으로 분석되며, 최근 수년간 주된 원인이었던 빙하, 빙상 융해와의 비율이 역전됐다. 기존에는 해수면 상승의 약 3분의 2가 빙상과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된 물 때문이었지만 2024년에는 3분의 2가 열팽창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온 증가의 영향이 고스란히 해수면 높이에 반영된 것이다. 해수면은 매년 상승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3년 이후 상승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졌다. 이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평가 보고서에 ‘교과서적인 사실’로 자리 잡았다.
바다는 지구 온난화로 증가한 열의 약 90%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의 핵심 지표가 된다. 해수 온도와 해수면 변화는 지구 기후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호인 것이다. 하지만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고, 평균 수심이 4000m에 이르는 해양을 관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지금처럼 전 지구 규모로 정밀한 고품질의 해양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30년간 인공위성 및 자율 관측 기술 발달 덕분이다. 특히 인공위성과 자율 부유체 이용은 현대 해양학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전환점이었다.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로저 레벨이 “해양학의 위대한 시대는 새로운 계측기에 의해 정의된다”고 한 말은 이 전환점을 정확히 표현한다.
이러한 발전된 해양 관측 수단에는 상징적인 이름들이 함께한다. 해수면 형태를 정밀 측정하는 인공위성에는 ‘제이슨’(이아손의 영어 발음)이라는 이름을, 해양 내부를 탐사하는 자율 부유체에는 ‘아르고(Argo)’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는 그리스 신화 속 이아손과 아르고 원정대에서 따온 것이다. 왕위를 되찾기 위해 황금 양털을 찾아 멀리 바다 건너 콜키스로 향한 이아손은 아르고라는 배를 만들고 영웅들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괴물, 폭풍, 마법의 시련을 이겨낸 이 여정은 인간의 도전 정신을 상징한다. 현대의 제이슨 위성과 아르고 부유체도 바다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중요한 관측 정보를 찾는 해양 과학적 조사의 상징이 됐다.
인공위성 해수면 관측 기술은 1992년 미국과 프랑스가 발사한 토펙스/포세이돈(TOPEX/Poseidon) 위성에서 시작됐다. 이 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면서 약 10일 간격으로 같은 위치를 지나가며 해수면 높이를 4~5㎝ 오차로 측정할 수 있었다. 이후 제이슨 시리즈(Jason-1, Jason-2, Jason-3) 위성이 차례로 발사 및 운영되고, 정확도는 약 2.5㎝까지 향상됐다. 지난 30년 동안 장기적 해수면 상승 추적, 엘니뇨·라니냐 감시, 해양 순환 분석 등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위성 관측은 해양학을 ‘전 지구 실시간 감시’ 시대로 전환시킨 획기적 계기였다.
아르고 플로트(부유체)는 2000년부터 운영된 자율형 해양 관측 장비로, 해양학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이 장비는 바닷속 1000m에서 일정 기간 머문 후 2000m까지 하강하고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며 수온과 염분을 측정한다. 이 자료를 위성으로 전송한 후 다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과정을 배터리 수명이 다할 때까지 3~6년간 반복한다. 올해 3월 기준 4000개 이상의 아르고가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매일 약 400곳에서 자료가 실시간 수집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해양 내부의 열 구조, 해류, 염분 변화 등을 장기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고, 기후 변화 연구에서 바다의 역할과 반응을 이해하고 기후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추적인 자료가 됐다.
최근에는 관측 기술이 더욱 진화하고 있다. 제이슨 위성을 대체하고자 2020년 발사된 ‘센티넬-6 미하엘 프라이리히’ 위성과 2025년 예정된 ‘센티넬-6B’ 위성은 해수면 높이 측정 정밀도를 더욱 높여 해안선 부근의 미세한 변화도 포착할 수 있다. 아르고도 더 깊은 수심(6000m)까지 탐사하거나 극지용 및 생지화학 자료까지 측정이 가능한 새로운 부유체가 개발되고 있다. 관측 영역과 자료 종류가 획기적으로 확장 중이다.
이 모든 성공의 배경에는 국제 협력이 있다. 인공위성 해수면 고도계는 미국, 프랑스, 유럽연합(EU) 등이 공동으로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아르고 프로그램에도 30개 가까운 국가가 참여해 부표를 투하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고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도는 약 0.4%로,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여 수준은 아주 미미하다. 기후 위기 시대에 전 지구적 해양 정보는 함께 찾아야 한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참여와 투자 확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해양 강국이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재학 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