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여부 판단 ‘CADx’ 기술에선
의사 눈보다 5.1%p 더 정확함 확인
특히 경험 적은 의사들에게 큰 도움
치료 반응성 등 예측에도 적극 쓰여
의사 눈보다 5.1%p 더 정확함 확인
특히 경험 적은 의사들에게 큰 도움
치료 반응성 등 예측에도 적극 쓰여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22년 기준 국내에서 갑상샘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전체 암 발생의 11.8%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0.3% 포인트 늘었다. 5년 생존율(2018~2022년)도 74.6%로 꾸준히 상승세다. 대장암의 증가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등의 영향과 함께 국가암검진,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조기 발견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대장암의 진단과 치료에 AI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정준원 교수는 12일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 도입으로 대장의 용종(폴립) 발견율과 악성 판단의 정확도가 높아져 대장암의 조기 진단과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암의 조기 진단, 정확한 치료, 환자 맞춤형 의료가 더욱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에게 대장암 영역에서의 AI 적용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장암 진단에 AI 활용 어떻게.
“‘대장암 씨앗’인 용종 검출에 의료 AI가 활용되고 있다. 소화기 내시경 검사에 AI 기술을 접목해 용종을 실시간으로 탐지·분류하는 시스템이다. 여러 상업화된 시스템이 202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도입돼 일부 의료기관에서 쓰이고 있다. 외래 진료와 건강검진센터에서 모두 활용 중이다.”
-AI 대장내시경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환자가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기존 장비에 AI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진행한다. AI 시스템은 내시경 카메라로 촬영되는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의심되는 병변을 자동 탐지하고 화면에 시각적 표시나 알림을 통해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유효성 연구 결과가 있는지.
“지난해 국제학술지(Scientific Reports)에 실린 가천대 길병원과 여러 의료기관 공동 연구에 따르면 용종 검출률이 일반 내시경 검진 시 52%에서 AI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62%로 상승했다. 또 대장암 위험이 큰 선종 검출률도 28%에서 35%로 높았다. 2023년 국제학술지(Eclinical Medicine)에 발표된 33개 연구 메타 분석에서도 AI 내시경 검사 시 선종 검출률이 24.2%, 용종 검출률은 23.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용종의 악성 여부 판단 기술을 ‘CADx(컴퓨터 보조 진단 시스템)’라 하는데, 국제학술지 최신 발표 연구에 의하면 의사가 눈으로 판단하는 정확도가 72.1%인데 비해 AI를 활용하면 77.2%로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어떤 점이 도움 되나.
“특히 경험 적은 의사들이 내시경 단독으로 검사할 때 보다 용종 발견율이 약 20~25% 증가한다. 이는 대장 내에 작거나 평평한 병변 등 발견하기 어려운 용종을 AI가 실시간으로 탐지해 의료진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AI는 딥러닝(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용종의 형태와 특징을 분석하고 악성 가능성 판단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조기 대장암 진단율이 높아지고 환자의 예후 개선에 기여한다. 보통 선종 발견율이 1% 증가할 때 대장암 사망률이 3% 줄어든다. 또한 의료진의 경험과 상관없이 일관된 진단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검사의 신뢰도가 높다.”
-치료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나.
“대장의 CT·MRI 영상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종양의 전이 여부, 예후, 치료 반응성 등을 예측한다. 이처럼 영상 데이터에서 병변의 다양한 특징을 찾아내는 것을 ‘라디오믹스 분석’이라 한다. 최근 길병원 영상의학과 연구팀이 AI 기반의 라디오믹스 분석 모델을 통해 대장암 간 전이 환자의 치료 반응과 생존율을 예측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고 전이 가능성 높은 환자에겐 적극적인 치료 전략을 적용하게 된다. 또 암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AI로 분석해 특정 유전자 변이를 식별하고 그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향후엔 내시경 등 영상의학, 임상 위험 인자, 조직 염색, 환자 유래 미니 장기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환자의 예후 및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멀티 모달 인공지능(Multimodal AI)’ 연구가 주목받을 것이다.” 정 교수는 “앞으로 암 유전체 정보와 AI 기술을 결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진정한 환자 맞춤형 정밀치료를 구현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직까지 모든 환자에서 가능하지는 않고 좀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장암 외에 AI 기술이 도입된 암들은.
“유사한 소화계암인 위암 진단에도 도입이 활발하다. 또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진단에 AI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폐암 X선 진단에서는 AI가 CT 영상을 분석해 초기 암을 발견하고 유방암에선 AI가 유방 촬영 이미지를 판독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