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드디어 시작된 미·중 관세협상

입력 2025-05-12 00:35

극한의 관세전쟁을 진행 중인 미·중 양국이 드디어 스위스에서 비밀 회담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14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125% 맞불 관세로 대응한 상태다. 트럼프는 57개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도 중국만 예외로 했고, 양국 무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각자 봉착한 국내외적 어려움을 무시할 수 없었던 양국은 상대국이 먼저 협상을 제안했다면서 결국 테이블에 앉았다.

중국은 협상이 아니라 ‘접촉’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양국은 격식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관세전쟁 지휘자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은 경제 실세인 허리펑 부총리와 펜타닐 통제 관련 치안 책임자인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때도 양국 무역 협상은 1년 넘게 끌었던 점을 생각하면 관세 조율을 비롯해 펜타닐, 과학기술 및 희토류 통제, 중국산 선박 입항료 부과 등 산적한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을 도전자 반열에서 확실하게 탈락시키겠다는 미국의 의도와 지금이 미국 극복의 적기라는 중국의 인식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상징인 국제 리더십을 포기한 듯한 미국 우선주의와 예외주의에 기반한다.

특히 미국 재정적자 감소와 무역적자 축소, 제조업 부활을 내세우는 트럼프식 ‘관세주의’는 이미 이념화 단계로 진입했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질서 재편과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확실성’과 ‘전술적 불확실성’의 괴리로 부정 효과가 긍정 효과의 출현을 선제 상쇄시키자 트럼프 행정부도 조급해졌다.

중국도 트럼프의 좌충우돌 관세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이는 이미지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실물 경제가 너무 좋지 않다. 더욱이 내수와 투자가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중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마저 어려워지자 끝까지 싸우겠다던 입장에서 선회해 대화에 나섰다.

사실 중국은 세계 최강의 완성형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고, 첨단 기술 분야 집중 투자로 미국과의 간격을 좁혔으며 일부 앞선 분야도 있다. 또 체제 속성을 활용해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지구전을 전개하고 있어 미국 입장을 수용하는 대화 모드 지속은 미지수다.

사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목표가 결코 경제 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이 아님을 계속 밝히고 있다. 실제로 애플 등이 생산하는 전자제품이나 반도체 관세는 면제된 상태며, 이는 중국 전체 대미 수출액의 20%에 달한다.

중국도 수차례에 걸친 트럼프의 협상 언급이나 대중 관세 인하 발언에 계속 강경 대응을 고집하면 협상 공간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 기업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지금의 관세는 기업 도산은 물론 당장 160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증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협상은 불확실성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미국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 중 처음으로 영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해 미국 주도의 무역 질서 개편이 진행 중임을 선포했다.

물론 일본과의 협상이 난항이고 주요국과의 교섭도 여의치 않다. 또 트럼프가 의도적 달러 절하를 앞세우는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향후 각국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첩첩산중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3%, 소비 시장의 45%를 차지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중 양국은 지구촌이 더 많은 나라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생체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