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 이후 9일 처음으로 의원총회에 참석했으나 지도부에 대한 반감만 드러내고 중도 퇴장했다. 김 후보는 지도부가 추진하는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로드맵’을 “반민주적 행위”라고 직격했고, 지도부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맞받았다. 꽃다발로 시작한 김 후보의 첫 의총이 단일화 문제로 파행으로 끝났다.
당 지도부는 꽃다발을 건네며 김 후보를 맞이했고, 의원들도 박수로 환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온 분” “청렴결백의 아이콘”이라는 말로 김 후보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후보님께 과격한 말씀을 한 바 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의원님들 정말 사랑한다”며 머리 위로 손하트를 그려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김 후보는 곧 작심한 듯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고 의총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김 후보는 “강제 단일화는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당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위반한 불법적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즉각 “의원들이 기대한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한 뒤 곧바로 퇴장했다. 김 후보 역시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즉시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의원들은 “나가지 말고 얘기를 들어달라” “혼자 떠들거면 뭐하러 여기 온 것이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김 후보에 대해 “그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를 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날을 바짝 세웠다. 그는 “저와 단일화하겠다고 22번이나 약속하셨던 분이 하루아침에 거짓말로 자기 말을 뒤엎으면서 ‘일주일 뒤에 보자’고 하는 것은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얘기하고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강민 구자창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