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보등록 시작인데 미래 비전 안 보인다

입력 2025-05-10 01:10

21대 대선 후보등록이 오늘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탓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데다 나라 안팎의 상황을 볼 때 그 중요성은 일반 대선보다 훨씬 크다. 국내적으로는 탄핵 정국이 부른 사회 갈등이 극에 달해 있고 잇단 자영업자 폐업, 부채 급증, 고용 둔화로 내수 시장의 추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로 0%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커졌으며 북·러 밀착 등에 따른 안보 위기도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분열된 국민을 어떻게 통합할지,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갈 비전은 무엇인지를 놓고 후보들이 경쟁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대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에 국민의힘의 자중지란, 더불어민주당의 안하무인만 엿보인다.

국민의힘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한때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던 여당으로서 계엄·탄핵에 뼈저린 사과도 하지 않더니 경선 후 상황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당과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이는 황당한 일이 일주일째 연출되고 있다. 후보등록 전날도 김 후보는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했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실망스럽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막장극이 따로 없다.

이재명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인 데다 분란도 없는 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책으로 승부를 건다면 국민의힘과 확연한 대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 일정 확정 후 국가의 비전 제시보다 이 후보를 지키는 방탄 입법과 사법부 공격만 기억에 남는 실정이다. 판결이 맘에 안든다고 현직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부른다 하고 연일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니 많은 이들이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소불위 국정 운영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아닌가.

조기 대선 일정상 후보 검증이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유력 후보 정당들이 당내 분쟁, 권력을 쥔 듯한 오만함에 빠진다면 공약의 완성도보다 경쟁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 세몰이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직전 비호감 대선의 재판일 뿐이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통합보다 갈라치기에 치우친 선거 운동이 이후 국정 운영의 난맥상과 비극적 계엄 사태의 단초가 됐다. 이를 반복해선 안 된다. 차기 대통령은 대내외 위기 극복의 엄중한 과제를 떠맡는다.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하기 바란다.